본문 바로가기

Daily life

군대 추억의 음식, 사무치게 그립다.



나는 아직 짬냄새 덜빠진 07군번 예비역 병장이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군시절 그모습이 생생하다. 이건 뭐 기간과는 상관없는건가?


306 보충대와 8사단 신교대를 거쳐, 나의 군시절을 장식한 포천에 위치한 공병여단. 

난 자대배치 받은지 3일만에 유격훈련을 뛰었다.

이게 무슨 말인고하니, 8사단 신교대 마지막 코스인 야간행군을 마치고 바로 3일 후 자대배치를 받고 유격행군을 했다는 말이다.

할아버지 군번들은 요즘 행군이 그게 행군이냐 라고 하겠지만, 연달아 2탕뛰는 행군은 참담하다.

신병주제에 힘든 내색 할 수도 없고, 그냥 땅만보고 죽어라 걸었던 것 같다.

자대배치 받자마자 3일만에 유격훈련 받는것은, 아직 자대분위기 규칙도 모르는 나에겐 지옥의 순간이었다.


유격훈련장에 도착해 숙영지 편성을 마치고 바로 점심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때 맞선임 행동을 곁눈질하며 반합에 일회용비닐봉지를 씌워 배식을 받아왔다.

당시 상병이었던 분대선임이 배식받은 반합통에 반찬을 모두 때려박더니,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마법의 비빔소스. 맛다시였다.



꽤나 요상스러운 비쥬얼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반찬투정을 할 수 없는 노릇이기에 

그리고 허겁지겁 먹어대는 분대선임들을 바라보며, 나도 조심스레 한숟갈 들어 입에 넣었다.

미라클! 신세계를 경험했다. 

입이 까탈스러운 편은 아니었지만, 보충대, 신교대에서 밥을 먹기보단 우겨넣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살기위한 식사를 하였는데, 이건 정말 별미였다. 맛집여행을 하다 발견한 나만의 맛집같았다. 유난스러운 표현이지만 사실이다.


그 이후 짬이 먹어가면서 맛다시는 야전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라는걸 깨닫게 되었다.



군시절 나에게 큰 충격을 준 음식이 또있다.

보통 자대배치를 받고나면, 맞선임이 PX를 데려가 배터질 정도로 포식을 시켜준다.(그게 행복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지만)

나의 경우 바로있던 유격훈련때문에 PX회식은 유격훈련 복귀 후 이루어졌다.


맞선임과 우리 분대장은 나를 대리고 PX에 데려가 먹고싶은건 다 골라보라했다. 

그 PX 전체를 사고싶었지만, 눈치껏 몇개만 집어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말년까지 나와함께한

누들 그라탕이다.



사진출처 : 농심홈페이지




전자렌지에 해동시키기 전까진 누들그라탕의 위대함을 깨닫지 못했지만, 해동되면서 풍겨저 나오는 냄새를 

맡고는 직감했다. 득템!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짭짜름한 맛에 약간은 느낀한 별품없는 맛이다.

하지만 그당시 누들그라탕은, 여자친구와 고급레스토랑에서 먹는 파스타만큼, 훌륭하고도 행복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바닥의 소스까지 다 먹어치운 나를 발견하며 순간 흠칫했지만, 

입속의 기분은 최상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음식이 또 남아있다.

누들 그라탕의 경우 호불호가 갈렸지만, 이것만큼은 그 누구도 싫어하는 이를 본적이 없다.

다만 가격이 비싸다는게 흠이지만.


이녀석은 역시 같은날 PX회식도중 분대장이 고른 냉동음식중 하나였다.

분대장은 그걸 내앞에 놓으며 "이게 제일 맛있는거야 임마. 이XX 고를줄 모르네." 라며 미소섞인 오묘한 표정으로 건낸것 같다.

비쥬얼은 후라이드치킨이지만, 어딘가 눅눅해보이는 그리고 몇개 들어잇지도 않은 싸구려음식같았다.


그것은 슈넬치킨이었다.


'아뿔싸! 내가 사회에서 먹었던 후라이드 치킨은 모두 거짓이었구나. 이것이 진정 치킨의 맛이다!'

이 한줄로 그당시 느낌을 표현하고싶다.





그 당시 음식들이 너무 그리워 오픈마켓에 찾아 몇번 구매를 해봤다.

군시절 레전드음식 뽀글이, 짜빠구리(짜파게티+너구리)등과 함께 시도를 해보았지만, 더는 그맛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도 좋다. 그 추억의 맛은 다시 볼수 없을지라도 

언제고 다시 그 추억을 꺼내 음미할 수 있으니깐.